오늘의 주제는?

#small talk 💭

사람들을 모으는 강력한 힘, 이야기

님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어렸을 때 잠들기 전 전래동화부터 회사 점심시간 가십까지 - 

우리나라 사람들, 이야기 참 좋아하죠?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어쩌면 전인류의 공통된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이야기가 생기는 건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으니까요.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의 끝자락,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책을 펼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를 만들고, 모으고, 전달하는 책과 관련된 브랜드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좋은 책은 다 읽고 나서 시작됩니다. 발견한 문장,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지는 거죠. 책 한 권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 시킵니다. 이런 니즈를 알아챈 브랜드들은 독자들이 책을 매개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과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책을 사고 파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함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관계를 만드는 거죠.

오늘은 책을 중심으로 독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의미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세 가지 스몰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연결하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사례로 더 쉽게 알려드릴게요!

#small case 🏡

뉴스레터로 우정을 쌓는 출판사부터 잡지로 대화하는 서점까지

#책 때문에, 책을 좋아해서 거북목이 된 사람들 '터틀넥프레스' 🐢

20년차 베테랑 편집자 김보희 대표는 터틀넥프레스를 '출판사'가 아닌 '출판 브랜드'라고 부릅니다. "책을 만드는 일 그 자체보다 작은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꾸고 싶었다" 는 거죠. 브랜드라는 유연한 언어를 선택함으로써 물리적인 책을 넘어 독자의 삶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어요.

'터틀넥프레스'는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사람들을 '우리'로 엮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이죠. 책 읽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가 고질병인 '거북목'이라는 농담이 실제 브랜드명이 된 거예요.

무엇보다도, 터틀넥프레스와 독자를 가장 깊이 연결하는 건 바로 뉴스레터 '거북목 편지'입니다. 격주 목요일 아침마다 독자들에게 날아가는 이 편지는 평균 50%라는 놀라운 오픈율을 기록합니다. 일반적인 뉴스레터 오픈율이 20~30%인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수치죠.

'거북목 편지'가 특별한 이유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처럼 솔직하고 친근하기 때문이에요. 책 준비 과정의 고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죠. 그렇기에 일방적인 뉴스레터가 아니라 쌍방향의 소통이 가능해요. 뉴스레터를 보내면 수십 통의 답장이 돌아오고, 독자들의 이야기가 다음 편지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연결되고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거예요.  

놀랍게도 이 뉴스레터는 다시 볼 수가 없습니다. 새로 구독할 경우, 이전의 뉴스레터들은 다시 볼 수 없어요. 마치 진짜 편지처럼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읽게 되죠. 독자들의 요청으로 이 뉴스레터를 엮어《거북목편지》라는 책으로도 출간해, 뉴스레터가 단순한 소식지를 넘어 어떻게 관계를 만들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어요.  

김보희 대표는 책을 기획할 때 실제로 '거북목 멤버'들을 떠올린다고 해요. "이 책이 도움이 될까? 읽고 싶어 하실까? 좋아하실까?" 하고요. 결국 터틀넥프레스가 꿈꾸는 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믿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출판사 브랜드" 인 셈이죠.

#음악하기를 제안하는 브랜드 '프란츠' 🎹

프란츠는 음악에 관한 책과 소품을 만드는 출판 브랜드예요. 2017년 첫 책을 출간했죠. 프란츠 슈베르트의 이름에서 출발한 이 브랜드는, 슈베르트가 생전에 친구들과 '슈베르티아데'라는 소모임을 열어 밤새 연주하고 예술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큐레이션을 거부하는 잡지 서점 '종이잡지클럽' 📚

서울 합정과 제주에 위치한 잡지 전문 서점 종이잡지클럽은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 서점들이 앞다퉈 큐레이션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종이잡지클럽은 오히려 큐레이션을 지양합니다.

책방지기는 이렇게 말해요. "저는 요즘 서점에서 사용되는 큐레이션이란 말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아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취향을 파악해 제안하는 게 효율적인 큐레이션이라 할 수 있는데, 개인이 상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큐레이션 해준다는 건 단지 본인 입장에서 좋았던 걸 추천해 주는 것에 그친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종이잡지클럽은 온라인 회원에게 보내는 '이달의 잡지' 외엔 특별히 잡지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잡지 자체가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는 매체이기에 큐레이션으로 회원들의 생각을 제한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대신 스스로 헤매면서 자신의 길을 찾도록 합니다.

종이잡지클럽은 일반 서점처럼 잡지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직접 잡지를 펼쳐보고 경험할 수 있는 '열람의 가치'를 판매하는 공간이에요. 서점과 도서관의 중간 형태랄까요. 회원제로 운영되며, 회원들은 국내외 전문 및 독립 잡지 약 500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요.

책방지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책을 읽는 경험과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잡지를 읽는 공간을 넘어 독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합니다. 잡지가 단순히 읽고 끝나는 매체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 종이잡지클럽은 자신의 공간에서 그 가치를 실현해냅니다.  

실제로 합정점에서는 매달 '진(zine) 만들기 워크숍' - 회원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이용해 자신만의 잡지를 만들어보는 체험- 이, 제주점에서는, 아침 7시에 잡지를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고요한 아침의 독서 클럽'이 진행됩니다.

종이잡지클럽의 목표는 매출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 공간이 되는 것이에요. 서울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이 지방으로 내려갔을 때 비슷한 공간이 없어 아쉬움을 느낀다는 피드백을 토대로 제주도에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각 지방에서 작은 형태로라도 잡지 커뮤니티를 만들어 하나의 브랜드로 확장시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서점이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되는 거죠.  

오늘 읽고 오늘 바로 써먹는

#바로브랜딩 Tip 💬

이야기로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브랜드의 3가지 전략📌

터틀넥프레스는 글, 프란츠는 클래식 음악, 종이잡지클럽은 잡지를.

저마다 좋아하는 것은 다르지만, 모두 그것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요. 그 경험은, 사람들이 브랜드에 머물고 또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힘을 만드는 팁을 정리해봤으니, 여러분의 브랜드에도 적용해보세요!

1.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우리'를 만드세요.

터틀넥프레스의 브랜딩은 이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거북목'이라는 책 읽는 사람들의 공통된 정체성을 브랜드명으로 삼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만들었죠. 

📌 Tip: 여러분의 브랜드가 타겟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특징, 고민, 취향을 브랜드 언어로 녹여내보세요. 브랜드명, 제품명, 뉴스레터 제목 등에서 '나를 위한 브랜드'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통할 때는 일방적인 홍보가 아니라 진짜 친구처럼 솔직하고 친근하게 이야기하세요.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브랜드 콘텐츠에 담아내면,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2. 내 집으로 초대하는 친밀함, 오프라인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세요.

3. 헤매는 만큼 내 땅,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창작할 수 있게 하세요.

종이잡지클럽은 큐레이션이라는 탈을 쓴 일방적 추천을 거부합니다. 대신 고객이 스스로 헤매면서 자신의 길을 찾도록 약 500종의 잡지를 펼쳐놓습니다. 직접 탐험하고 발견하는 경험을 존중하는 거죠. 그리고 '진(zine) 만들기 워크숍', '고요한 아침의 독서 클럽' 같은 프로그램으로 발견한 것을 공유하고 창작할 수 있는 장을 만듭니다. 

📌 Tip: 모든 것을 브랜드가 정해주고 추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때로는 고객이 스스로 탐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세요. 고객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들의 창작과 표현을 독려하세요. 브랜드가 모든 답을 주는 게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거예요. 고객이 만든 콘텐츠, 고객의 이야기가 다시 브랜드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은 브랜드를 단순한 판매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브랜드들은 모두 '이야기'와 '관계'를 만들고 있어요.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하죠. 여러분의 브랜드도 제품을 넘어 고객들이 서로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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